中 “폐렴 환자 계속 증가 가능성”…홍콩 의심환자 거리활보

입력 2020-01-07 17:18
우한 화난수산시장 모습.중국경영보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폐렴 발병 건수가 조사가 확대되면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홍콩에서는 우한을 다녀온 의심환자가 총 21명으로 늘었다.

중국 당국은 원인불명의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7일 우한시에 따르면 우한시 질병예방관리센터 주임은 봄과 겨울은 호흡기 전염병 발병률이 높은 계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인불명의 폐렴 발병자가 상당수 화난수산시장과 관련돼 있다고 전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은 발열과 무기력증을 호소하고 일부 환자는 호흡 곤란, 백혈구 감소 증상 등을 보여 바이러스성 폐렴과 유사하다”면서 “발병 원인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일단 조류 인플루엔자, 아데노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증가 이유에 대해 “화난수산시장에서 발병 후 검색 범위를 확대하고 모니터링 조사를 계속함에 따라 환자가 늘었으며 관련 작업이 진행되면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체 전염 증거가 없는데 왜 환자를 격리 치료하느냐는 질문에 “예비 조사 결과 바이러스성 폐렴이고 중증 질환인 데다 원인이 불명확해 예방적 공중위생 조치로 환자를 엄격히 격리해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우한에서는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59명이며 이 가운데 7명이 중태다. 중국 당국은 현재 밀접 접촉자 163명에 대해 추적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사망 사례는 없다.

홍콩에서 폐렴 의심 증세가 있는 중국 본토 여성이 격리 치료를 거부하고 길거리를 활보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 5일 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홍콩의 한 병원을 방문해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결과 왼쪽 폐에 음영이 있는 것이 발견돼 입원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그날 저녁 “호텔에 어린 딸을 놔두고 왔다”며 퇴원을 요청했다. 병원 측은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아직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지 않아 이 여성을 퇴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당국은 이 여성이 투숙했다는 호텔에 연락했지만, 해당 여성이 투숙하거나 예약한 기록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날 오전에도 우한을 다녀온 홍콩중문대 본토 출신 여학생이 발열 등의 증상으로 홍콩 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의료진은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 여학생은 병원을 나와 다른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홍콩 인근 선전과 홍콩 번화가를 10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비난이 일자 홍콩 당국은 관련 조례를 개정해 ‘심각한 신형 전염성 병원체로 인한 호흡기 계통 질병’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 우한 폐렴 관련 환자의 신고와 격리 치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홍콩에서는 최근 14일 이내 우한을 다녀와 발열, 호흡기 감염, 폐렴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전날에도 6명 추가 발생해 관련 의심 환자의 수가 총 21명으로 늘었다.

특히 홍콩중문대에서는 최근 우한을 갔다 온 홍콩 학생과 2명의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이 유사 증상을 보여 격리 치료를 받았다. 21명의 의심 환자 중 최연소자는 2세 여아이며, 최고령자는 65세 노인이다.

검사 결과 상당수 환자는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 등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로 우한 폐렴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말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사스는 곧바로 홍콩으로 확산해 감염된 홍콩인 1750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 명이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