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50여명이 넘는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참혹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PTSD)’ 등이 원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56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공무원 23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소방공무원들은 PTSD와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들었다. 충청지역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 A씨는 “PTSD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좀 많이 완화됐는데 한 5년 전만 해도 ‘뭘 그런 것을 가지고 휴직을 하느냐’ ‘버텨내면 되지’ ‘네가 약한 것 아니냐’ 등 질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전북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화재 진압대원 B씨는 “잔혹한 현장을 보고 발생하는 PTSD와 근무시간이 힘들 때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할 경우 등이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공동 시행한 ‘2019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소방관의 자살 위험군 PTSD 비율은 54.7%로 나타났다. 이는 두 명 중 한 명이 심각한 PTSD를 앓고 있다는 뜻이며 전체 평균(5.6%)보다도 10배가량 높은 것이다. 소방관의 수면 장애 비율도 81.1%로 전체 평균(25.3%)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의 트라우마 치료 등을 위해 소방청은 2023년을 목표로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 건립 등이 담긴 소방복합치유센터 관련 법안은 지난해 11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예비타당성조사 최종결과도 의결돼 첫 관문을 넘었다.
그 외에도 소방청은 올해 신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PTSD 예방 교육 등을 늘릴 계획이다. 또 일반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상담실’ 등 심신건강 상시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이재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