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폭살 사건의 전말…배후는 폼페이오?

입력 2020-01-07 15:32 수정 2020-01-07 15:48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꾸준히 대(對)이란 강경책을 취할 것을 주문해온 폼페이오 장관의 노력이 일관성 없는 트럼프의 정책 결정 방식과 결합되면서 암살 작전이라는 무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암살 승인은 폼페이오 장관을 앞세운 관료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연말 매일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대응 문제에 대한 논의했다.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직 등을 수행하며 지난 10여년간 이란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폼페이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재촉 속에 트럼프는 결국 솔레이마니 제거를 전격 승인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매파(대외 강경론자)들의 분투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승인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 방식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지난해 6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무인기(드론)을 격추시켰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군사 공격을 계획했다. 하지만 당시 전쟁을 원치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전 계획을 철회했다. 반년여가 흐른 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포격을 받아 미국 민간인 1명이 숨지자 그는 대외적 이미지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대외적으로 겁을 먹고 주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될까봐 걱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란 공격 철회 결정에 실망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미군 기지 포격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미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솔레이마니 제거가 포함된 이란 대응책을 제시했다. WP는 동아시아로 군의 화력을 재배치하길 바라는 미 국방부가 그간 중동의 긴장 고조를 꺼려왔다는 점에서 에스퍼 장관의 보조는 제거 승인이 나는 데 또다른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솔레이마니 폭살 사태로 중동 정세가 한층 악화된 상황에서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직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간 폼페이오 장관을 두고 캔자스주 상원의원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폼페이오 장관의 측근을 인용해 “폼페이오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올해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