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스타터’ 오리온, 올 시즌도 시동걸까

입력 2020-01-07 14:57
사진=뉴시스

고양 오리온은 지난 시즌 개막 10연패를 당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기어코 봄농구에 진출했다. 그런 오리온이 올 시즌도 반환점을 넘어선 시점에서 시동을 걸고 있다.

오리온은 7일 현재 10승 20패로 창원 LG와 함께 프로농구(KBL) 공동 9위로 최하위에 그쳐 있다. 그러나 1일 서울 SK, 5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꺾으며 새해 공동 1위의 발목을 한 번씩 잡는 쾌거를 이뤘다. 6위 부산 KT와는 어느새 4경기차다.

올 시즌 오리온은 팀의 중심 역할을 맡아줘야 했던 마커스 랜드리가 부상으로 개막 3경기 만에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되는 아픔을 겪었다. 급하게 올루 아숄루를 영입해 랜드리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아숄루는 6경기 평균 10.2득점 5.5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랜드리와 개막전을 함께한 조던 하워드마저 라운드가 지나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다 지난달 말 퇴출됐다.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구상이 무너지며 오리온은 다시 한 번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장이자 국가대표 출신 슈터 허일영까지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진수의 득점력마저 지난 시즌(13.6득점) 대비 크게 감소(9.2득점)했다.

오리온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하워드의 대체 외국인 선수 아드리안 유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코트에 들어서면서다. 유터 영입 전까지 7연패 나락에 빠져 있던 오리온은 유터 투입 이후 5경기에서 3승을 올렸다. 유터는 기록(6.2득점 6.2리바운드)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준다는 평이다. 수비형 빅맨인 그는 강력한 득점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포워드 듀오 최진수·이승현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다. 최진수는 유터 영입 후 치른 5경기 중 3경기에서 15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입단 초기 유럽 리그과는 다른 KBL 적응에 애를 먹은 보리스 사보비치도 유터 출장 이후 부담이 한결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허일영이 5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드디어 복귀했다. 허일영은 이날 단 9분간 3점슛 2개로 1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점차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허일영이 짧은 시간 동안 큰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다”고 전했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12승 18패로 6위 원주 DB와 3경기차였다. 오리온은 나머지 24경기에서 15승 9패의 쾌진격으로 5할 승률을 맞췄다. KBL의 대표적인 ‘슬로우스타터(시즌 중반 이후 성적이 올라오는 것)’ 오리온이 시즌을 마치고 어떤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