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인재’ 원종건 “민주당 영입전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입력 2020-01-07 14:55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26)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2호 인재’ 원종건(26)씨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소신을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검찰은 공정했는지 묻는가 하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씨는 2005년 MBC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 시·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했다. 당시 심장 질환을 안고 태어난 여동생이 스웨덴으로 입양되고, 아버지는 간 경화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던 원씨는 방송 이후 후원을 사양하고 폐지 등을 수집해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왔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원씨는 현재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 소셜임팩트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고, 장애인 인권과 처우 개선, 소외계층 지원 강화 등을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씨를 민주당에 등 돌린 20대 남성 및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영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남자'(20대 남자)인 두 번째 영입 인사로 원종건(26)씨를 영입했다. 연합뉴스

원씨에게 민주당에 영입 제안을 받고 수락하기까지의 과정을 묻자 그는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었다”며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을 필담과 입 모양으로 어머니께 설명 드렸다. 어머니가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정치인이 돼 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우리 가정 안에서의 네 역할에 개의치 말고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그때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원씨는 20대 국회를 “가장 올드한 국회는 맞는 것 같다”며 “끝까지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또 민주당이 20대 남성에게 외면 받는 이유에 대해 묻자 “남녀 구분 없이 20대 전체로 보면 정치권이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치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며 “가령 중견기업에 취업해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청년과 부유한 집안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며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을 받는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정치권이 이런 문제를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페미니즘 정책에 대해서는 “페미니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반영률 자체는 실제 높지 않다”며 “(페미니즘 이슈의 정책·법안 반영률 향상은)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20대 남성이 민주당을 이탈한 배경에 젠더나 공정성 이슈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너무 협소한 문제”라며 “그보다는 거시적 차원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도덕성 문제를 두고는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선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수사를 했느냐를 반문해 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26)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씨는 정치권이 시급히 논의해야 할 20대의 문제로 ‘청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꼽았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많다”며 “저처럼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청년 가장들은 월 20만원만 추가 수입이 생겨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격 박탈의 압박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 정보가 수혜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정치인이 되면서 거쳐야 하는 검증 절차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고 답한 원씨는 “계속 공부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저장소에 하나하나씩 넣고 있다”며 “국회에 입성하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가 국회에 들어간다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가져야 한다. 지켜봐 달라”고 말한 원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업계 특별전형을 마련해주셔서 저 같은 실업계 출신들도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제도적 틀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처럼) 후배들에게 사랑과 은혜를 나눠주는 게 사회가 돌아가는 기본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