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가 모욕하려 태극기 훼손하면 처벌, 합헌”

입력 2020-01-07 14:49
자료 이미지=픽사베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할 경우 형사 처벌하는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국기 모독 혐의로 기소된 A씨가 형법 제105조에 대해서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4(합헌)대 2(일부위헌)대 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에서 종이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이 조항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는 경우가 다소 광범위한 개념이라도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 해석방법에 따라 보호법익과 금지 행위,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정체성, 한 국가의 독립성·자주성을 상징한다”며 “대부분 국민은 국가상징물로서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존중의 감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여 국기 훼손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라며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의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기훼손행위를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은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훼손은 처벌하되, 그 밖의 국기에 대한 훼손은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며 일부 위헌의견을 냈다.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를 모욕하였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반대의견을 냈지만 1표 차이로 소수에 그쳤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