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가여웠다” 검찰에 짜증 낸 고유정이 울먹이며 한 말

입력 2020-01-07 14:32 수정 2020-01-07 14:34
고유정이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사건 전후 보인 이상했던 태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붓아들이 사망한 뒤 눈물은 흘리지 않고 우는 소리만 내는 등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고유정의 ‘계획된 범행’을 주장했지만, 고유정은 강력히 반발했다.

수상한 울음…“‘엉엉’ 우는 소리만”

검찰은 6일 오후 2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 정봉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서 의붓아들 홍모(5)군이 사망한 지난해 3월 2일 전후 고유정의 행동들을 살해 정황으로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군이 숨진 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소리만 내며’ 우는 고유정을 발견했다. 눈물은 흘리지 않으면서 우는 소리만 냈다는 것이다. 소방관들 역시 “아이 엄마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고 울거나 통곡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고유정이 홍군 사망 후 119에 전화한) 녹음 내용과 상당히 대조된다. 신고할 때는 상당히 흥분된 어조였다”면서 “일부러 흥분한 어조로 말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2월 22일 현 남편과 통화하던 중 “음… 내가 쟤(홍군)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하는 녹취 파일도 공개했다. 고유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그 밤사이에 (홍군이 죽었다)” “(죽은 지) 몇 시간 된 거지”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정이 엉겁결에 (사망 원인과 시각 등을) 말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콧방귀에 헛웃음…짜증 낸 고유정

고유정은 이날 검찰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검찰이 고유정과 어머니의 통화 내용을 언급했을 때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등 짜증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자신은 홍군의 사망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홍군이 친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실을 알고부터는 너무 가여웠다”면서 “친자식만큼은 아니지만 사랑을 주기로 마음먹었는데 사고가 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는 대체로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무표정하게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다만 전 남편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 신문을 받을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재판부의 질문에 손짓을 섞어가며 대답하는 등 비교적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 남편 살해, 꿈에도 생각 안 해봤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어쩌다 전 남편을 살해하게 됐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전 남편을 살해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 안 해봤다”면서 “전 남편이 펜션에 오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범하려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얘기하던 중 재판부가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성폭행을 처음 당했다. 몸이 더럽혀졌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시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3월 2일에는 아버지와 자고 있는 홍군의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전 남편의 유족들이 빠른 판결을 원하는 만큼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두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