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뇌 크기가 현저하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BBC는 유년기에 무시당하거나 박탈감을 느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뇌 크기가 보통 사람들보다 작다는 연구 결과를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 연구원들은 열악한 여건으로 악명 높았던 루마니아의 고아원에 수용됐다가 입양된 어린이 67명과 여건이 좋은 다른 고아원에 있다가 입양된 어린이 21명의 삶을 추적해 비교했다.
루마니아 고아원의 열악한 환경은 1989년 니콜라에 차우세스쿠의 몰락 이후 세상에 알려졌다. 차우세스쿠는 정권을 잡자마자 지속해서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는데 ‘인구가 많을수록 국력이 신장된다’는 맹신 속에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는 세금까지 부과하면서 출산율을 높였다. 그러나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는 국민들은 아이를 버리기 시작했고 고아원은 수용 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연구를 주도한 에드먼드 소누가-버크 교수는 “당시 TV에서 보았던 루마니아 고아원 아이들이 더러운 침대에 쇠사슬로 묶여 있던 것은 정말 기분 나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고아원에 있다가 영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대다수가 정신적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자폐증이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또는 탈억제 사회관여장애(disinhibited social engagement disorder) 등을 갖고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마니아 고아원에 있었던 사람들의 뇌 크기는 다른 고아원에 있었던 사람들보다 평균 8.6% 작았다. 또 고아원에 수용됐던 기간이 길수록 뇌 크기는 더 많이 작았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지(PNAS)에 게재된 이 조사 결과는 어린 시절 성장 환경과 뇌의 발달 여부를 연계시킨 첫 조사다. 연구원들은 이 결과가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이 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받은 무시와 박탈감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주는 영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뇌 발달이 충분한 영양 공급 여부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누가-버크 교수는 어린 시절 성장 여건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