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서 미국 일가족이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격을 받아 13살 소년이 사망했다. 소년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10살 남동생과 소년의 엄마, 그리고 외삼촌은 부상을 입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멕시코 언론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 이들 가족이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시우다드 미에르의 고속도로를 지나던 중 괴한이 탄 차량 한 대가 이들을 막아세웠다. 이후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13세 소년이 양쪽 다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소년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엄마(41)는 복부에 총을 맞았고, 소년의 외삼촌(48)과 남동생(10)은 다리에 총을 맞아 부상을 입고 인근 몬테레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5일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멕시코 중부 산루이스포토시에서 휴가를 보낸 후 미국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타마울리파스 주가 갱단의 활동으로 위험하니 여행을 자제하라는 미 정부의 여행 경보가 있었으나 이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AP통신은 이들이 왜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를 선택했는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타마울리파스 주 당국에 따르면 10대 형제는 미국 국적자였고, 엄마와 외삼촌은 미국에 합법적인 신분으로 거주하고 있는 멕시코 국적자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시우다드 미에르는 미국 텍사스주와 바로 국경을 맞댄 지역으로, 미국행 마약의 이권을 놓고 마약 카르텔 간 다툼이 치열한 지역이다. 아직 용의자와 용의자의 소재지가 확인되진 않았으나 멕시코 언론은 이번 총격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레스테’ 카르텔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들 카르텔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의 차량이 지나가자 멈출 것을 요구했으나 멈추지 않자 그들이 타고 있던 차량으로 피해자들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를 멈춰 세운 뒤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조직원들은 또 다른 차량을 타고 사건 현장을 달아났다.
현지 정부 조사단은 현장에서 3대의 차량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중 2대는 오클라호마 번호판이 부착돼있었고, 다른 한 차량에는 타마울리파스 번호판이 부착돼있었다. 이에 조사단은 타마울리파스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이 조직원들의 차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 차량의 뒷유리에는 ‘노레스테’ 카르텔의 스페인어 약자인 ‘CDN’이 적혀있었다고 멕시코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소년의 아버지는 CNN에 “왜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그들의 타겟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비통해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가족들의 사망 소식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그들에게 모든 적절한 영사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이 잔인한 공격에 대한 현지 정부의 조사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서 미국계 가족이 카르텔의 총격을 받아 여성 3명과 어린이 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