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미래 모빌리티는 삶의 공간을 연장하는 개념”

입력 2020-01-07 10:45 수정 2020-01-07 12:48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PBV의 개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치과·내과·약국 기능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가 허브에 도킹되면 허브는 병원이 된다. 신발가게·옷가게로 구성된 PBV가 허브에 도킹되면 허브는 쇼핑센터가 된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장면이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모습을 현실화한 밑그림을 그려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을 6일(현지시간) 오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만났다. 이 전무는 현대차그룹이 ‘CES 2020’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PBV 및 허브 콘셉트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의 개념이 ‘삶의 공간을 연장하는 곳’ 이 되는 시대가 됐다”면서 “PBV는 그런 차원의 비전에서 출발한 모빌리티”라고 설명했다.

PBV의 기능과 디자인 확장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이 전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차는 운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인간을 이롭게 하는 모빌리티가 된다”면서 “도심에서 PBV의 속도는 50㎞/h 이하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힐 수 있는 디자인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PBV는 버스같은 대중교통도 아니고 개인승용차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라면서 “어떤 목적의 PBV가 허브에 도킹되느냐에 따라 허브 자체의 목적도 달라지는 유연한(flexible)한 공간으로 쓰게 된다. PBV와 허브는 공용화 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PBV의 개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 전무는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에서 PBV 콘셉트의 영감을 얻었다. 그는 “형상이 아니라 개념 차원의 이야기”라면서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가 도시를 상징하는 운송수단인 것처럼 PBV가 있는 도시의 풍경을 디자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도시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 전무는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혼잡한 도시”라면서 “교통, 주거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대안을 우리의 비전으로 만들어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군집주행은 PBV가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군집주행은 차량간격 제어를 통해 차량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전무는 “군집주행을 하는 개미 연구를 많이 했다. 개미들은 수㎞를 한 줄로 가면서 간격 유지를 통해 맨 뒤에 있는 개미부터 가장 앞에 있는 개미까지 소통한다”면서 “군집주행 시스템이 개미처럼 연결된다면 지금같은 신호체계는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BV의 소재나 운영 방식은 각 도시에 최적화된 형태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전무는 “지금 자동차는 금속과 플라스틱을 많이 쓰지만 PBV는 아무래도 유연성과 재활용성을 갖춘 재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콘셉트의 경우 바닥재를 코르크로 했는데 나파밸리 와인에서 버리는 코르크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PBV의 상용화 시점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무는 “(상용화를 위해선) 모빌리티의 모든 플랫폼이 공유돼야 하고 교통 법규 등도 준비가 돼야 한다”면서 “현대차가 모든 걸 할 수 없는 궁극적인 형태의 솔루션이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