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 진전 없으면 문 대통령, 미국과 계속 갈 수 있겠나”

입력 2020-01-07 08:43 수정 2020-01-07 08:59
문정인 특보 “미국, 더 유연해지고 현실적일 필요 있어”
문 특보 “북미 협상 실패 시, ‘한국 독자행동’ 목소리 커져”
중·러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영변 등 북한 비핵화 조치 포함 돌파구로 제시
문 특보, 미국 전문가의 주한미군 단계적 감축 주장도 소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이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사이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실패할 경우 한국이 독자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또 “우리 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같이 간다’는 것인데, 계속 진전이 없고 한반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미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가 워싱턴에서 2020년 대북 전망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 참석했다. 문 특보는 강연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닌 개인 자격의 발언임을 전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하고, 보상한다는 (미국의) 전략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구체적인 것을 몇 개 주면서 북한을 유인하고, 북한은 그때는 (협상에) 가차없이 나와야 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하는 유엔 대북제재 완화안에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이 비핵화 조치 등 북한의 상응조치를 포함시켜 결의안을 수정해 통과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더 유연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점진적으로 제재를 완화시켜주고 북한도 영변을 포함해서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상당히 중요한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 특보는 또 “당장 중·러가 그런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냈으니까 우리 정부도 (남북) 철도 연결 사업 같은 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건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사업에 대해서는 외국 투자가 가능하도록 된 부분이 있다”면서 “미국·프랑스·영국만 동의해주면 하나의 새로운 시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연결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했으나 국제적 대북제재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남북 경협에 대해 한국이 100% 미국과 조율하고 투명성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결과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또 “우리 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같이 간다’, 그건 분명히 정했지만 계속 진전이 없고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워지고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느냐, 수정할 수도 있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지지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나는 어디까지 그가 그렇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2월 정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발사를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북한도 조심히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8일을 기점으로 삼아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비핵화를 목표로 두되, 실제 접근 과정에서는 군비통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밴 잭슨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잭슨 연구원 주장의 핵심은 북한과의 평화체제 검토, 비핵화를 대가로 한 단계적 주한미군 감축, 협력적 위협감소(CTR)를 위한 기금 추진, 위반시 되돌리는 스냅백 방식의 제재완화, 이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 등이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단계적 감축을 거론한 미국 전문가의 주장을 소개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