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발’ 악재…볼턴 “상원 탄핵심판 증언하겠다”

입력 2020-01-07 07:51
볼턴 “상원이 소환할 경우 증언할 준비돼” 깜짝 발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우크라이나 스캔들’ 꿰뚫어
볼턴이 메가톤급 증언 내놓을 경우 상원 탄핵판도 달라질 수도
볼턴의 증언 수용으로 ‘증인 선정’ 싸움에서도 민주당 유리해져

존 볼턴(오른쪽)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업무 첫날이었던 2018년 4월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장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상원 탄핵심판에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상원이 소환할 경우 탄핵심판에 나와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볼턴의 깜짝 발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에겐 엄청난 낭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겐 돌발 악재가 터져 나온 셈이 됐다.

우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꿰뚫고 있는 볼턴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폭탄발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볼턴이 메가톤급 증언을 내놓을 경우 미 상원의 탄핵 표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긴 줄다리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4명을 새로운 증인으로 상원 탄핵심판에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증인들의 증언은 없다”고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제공격을 가함에 따라 민주당의 뜻대로 증인 출석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볼턴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시민으로서, 그리고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현재의 탄핵 논란 중에 나의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볼턴은 부하였던 찰스 쿠퍼먼 전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의 경우를 들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볼턴은 “내 동료 쿠퍼먼은 하원 탄핵조사 당시, 한편으로는 하원의 소환 요구를 받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증언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런 헌법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사법부의 해결을 요청했다”면서 “결국 하원은 쿠퍼먼에 대한 소환장을 철회했으며 나에게는 소환장이 발부되지 않아 권력분립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볼턴은 “하원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사법적 판단이 상원의 탄핵심판 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리하여 나는 신중한 고려와 연구에 따라 상원이 소환할 경우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론 내렸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몰고 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볼턴은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외교정책 이견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 9월 ‘트윗 해고’ 됐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다 앙심까지 품은 볼턴이 상원 탄핵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볼턴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시작점부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과 진행했던 비밀스런 공작에 대해 볼턴이 “마약거래”라고 비난했던 사실이 하원 탄핵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볼턴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볼턴의 증인 수용 발표로 트럼프 탄핵 정국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CNN방송은 볼턴의 등장은 공화당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겐 자신을 포함해 53석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볼턴의 증언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탄핵 표심을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