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부금 모금액과 사용 내역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을 재입법한다. 현행 기부금법은 기준이 모호해 ‘졸속 입법’이라는 반발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다시 입법한다고 행정안전부가 7일 밝혔다. 수정안의 요지는 모집자가 게시한 사항만으로 기부금품 모집 현황이나 사용명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추가 공개를 요청할 수 있고, 모집자는 14일 이내 기부자가 기부한 내역이 기재된 별도 공개서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개정안에는 모집자의 모집 현황과 사용명세를 기부자의 알 권리로 명문화하고, 기부자가 궁금해할 때 성실하게 응대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기준이 모호해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모집자가 기부금을 받고도 사용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기부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현행법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행안부는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과 엉터리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사건 등 기부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며 기부 포비아 현상이 들끓자 기부금 현황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고심해왔다. 다음달 10일까지 수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목표다.
행안부는 “모집자와 기부금 현황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많으나 명시적 규정이 없고 모집자의 선의에 맡겨져 있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며 “기존 안의 비판 의견 중 합리적인 부분을 수용하기 위해 보류해오다 재입법예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