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아들 시험, 물어볼 필요도 없는 온라인 퀴즈”

입력 2020-01-07 00:03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봤다는 검찰측 공소 내용과 관련, 해당 평가는 시험이 아닌 단순 과제 평가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평가는 강의 노트만 봐도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부모가 대신 봐주고 학생이 A학점을 받았다는 검찰측 주장은 억지라는 비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언론인 출신 고일석씨는 6일 자신이 발행하는 온라인 매체 ‘더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성적사정업무를 방해했다며 혐의에 포함시킨 온라인시험은 2주에 한 번씩 5회 실시하는 온라인 퀴즈(bi-weekly online quizzes)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수업은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6년에 수강한 ‘민주주의에 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s on Democracy)으로 제프리 맥도널드(Geoffrey McDonald) 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더브리핑 보도 화면 캡처

수강생들은 5장 분량의 에세이 2개와 250자 분량의 아티클 코멘트, 출석, 격주로 총 5회 치르는 온라인 퀴즈, 재택 기말시험 등으로 평가받았다.

더브리핑은 교민들의 말을 빌어 온라인 퀴즈의 배점이 총점의 10%를 넘지 않았고 강의 노트만 봐도 답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검찰이 혐의를 제기하면서 거론한 것은 2016년 10월 31일과 12월 5일에 치러진 온라인 시험이다. 더브리핑은 두 시험 모두 객관식 10개 문항으로 돼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 대검찰청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더브리핑은 ‘퀴즈는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용도였고 강의 노트만 봐도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라거나 ‘검찰 주장처럼 부모 뿐 아니라 누구에게 특별히 물어보고 할 필요 자체가 없는 평가’라는 현지 교민들의 주장을 담았다.

현지 교민들은 또 “퀴즈를 보는데 007작전하듯 부모가 시간을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문제를 보내면 답안을 작성해 다시 보냈다는 주장은 미국 대학 시험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검찰의 망상에 불과하다”면서 “이 퀴즈를 잘 봤다고 A학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업계획도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하고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학교수를 평가하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맥도널드 교수의 해당 수업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수업을 들었다는 한 네티즌은 2016년 12월 24일에 남긴 평가에서 “맥도널드 교수는 젊고 카리스마가 넘친다”면서 “강의 노트를 제대로 읽었다면 온라인 퀴즈는 식은 죽 먹기”라고 적어 놓았다.

미국 교수평가 온라인 커뮤니티(www.ratemyprofessors.com)에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의 수업에 관한 글이 나온다.

고씨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막판에 조국 전 장관을 기소할 꺼리를 도저히 찾지 못해 갖다붙인 ‘조지워싱턴대학 업무방해죄’도 ‘시험 부정행위’에 ‘있는 놈들이 더 하다’, ‘극성 부모’의 포인트를 노린 것”이라면서 “미국 대학 시스템에 익숙한 분들은 ‘부모가 대학생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소를 했을까하는 반응이 있다”고 적었다.

고일석씨 페이스북 캡처

이어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학생이 부모에게 시험 답안 물어보는 것이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이고 정말인 줄 알고 화를 내는 것”이라면서 “진실을 밝히고 사실을 알리는 데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국민들의 분노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데만 능한 검찰과 언론이 꾸며내고 만들어낸 것이 검란 사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