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함께 나눠 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최근 ‘백지장’이 아닌 ‘자동차’를 번쩍 들어 올린 시민들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기도 용인소방서 동백119안전센터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용인시 기흥구 중구 모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량은 골목길에서 우회전을 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딪쳤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 10명가량이 불법 주차 차량 앞에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해 불법 주차 차량을 손으로 들어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길을 터준 덕분에 소방차량은 즉시 출동할 수 있었고, 화재 현장에 무사히 진입해 1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후 해당 사건은 SNS를 통해 처음 알려져 방송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됐습니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의인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인을 찾는다”며 “지난달 24일 오후 9시18분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음식점에서 불이 났을 당시 불법 주차 차량을 들어 옮겨 소방차의 진입을 도운 시민 영웅, 목격자 등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소방차의 현장 진입을 도운 시민들을 찾아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쪽 지역이 아파트 단지도 많고 상가가 밀집해있어 평소에도 굉장히 복잡한 곳”이라며 “당시 6m 정도 되는 도로 양쪽에 모두 불법주차가 돼 있는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계자는 “소방차량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큰 피해 없이 불을 끌 수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모두 감사해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전화를 주신 분이 한 분도 없다. 도움을 주신 의인들께서는 꼭 연락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인들에 대해 본인 확인 절차 등을 거쳐 2월 중 경기도지사 표창 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의인들도 당연히 찾아야 하지만 불법 주차한 사람도 찾아야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의인들을 한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우연히 거리를 지나가던 익명의 시민들이 힘을 합쳐 자동차를 들어 올린 것처럼, 어쩌면 영웅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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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