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류성식 만덕동 주민센터 동장이 어느날 주민센터 앞에서 발견된 돼지 저금통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면서 건넨 말입니다.
6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만덕동 주민센터 현관에 한 중년 여성이 황금색 보자기로 싼 빨간 돼지 저금통을 두고 갔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저금통이 생각났습니다. 저금통은 손주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한자, 한글을 이쁘게 쓸 때마다 100원씩 9년 동안 모은 돈입니다. 이제는 손자가 장성해서 돈을 모으는 일이 없게 됐습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액수이긴 하나 부디 이 돈이 덕충동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이길 바랍니다.’
보자기 안에 담긴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둘러앉아 돼지 저금통을 열었습니다. 만원권 지폐 3장을 제외하면 모두 10원짜리와 50원, 100원짜리 동전들이었습니다. 세어보니 저금통에 든 현금은 모두 25만원이었습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민센터 직원은 “저금통을 열어 동전을 세면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삭막한 세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따뜻한 마음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주민센터 측은 이 돈을 만덕동 공동모금회 계좌에 입금해 지역의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25만원은 큰돈이 아닙니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 역시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는 돈의 액수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선뜻 내미는 마음입니다. 이 동전들이 할머니의 사랑으로 채워졌다는 것도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할머니는 저금통에 동전을 넣을 때마다 가슴 가득 행복했을 테니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 된 건 돈이라기보다는 9년 동안 동전을 넣으며 손주들을 돌본 사연자의 마음인 듯싶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