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결정…“물고문 등에 의한 자백은 재심사유”(영상)

입력 2020-01-06 18:26
최인철(59), 장동익(62) 씨가 재심 개시 결정 판결을 받은 뒤 박준영 변호사(오른쪽)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일선 기자

“30년 가까운 기간에 걸친 물고문 등 가혹행위 호소에 대해 우리 재판부는 재심개시결정으로 그중 일부에 대해 응답하게 됐다. 재심 청구인들의 모든 가족에게 이와 같이 ‘늦어진 응답’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6일 오후3시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문관) 301호 법정, 강도살인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풀려난 최인철(59), 장동익(62)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재판부는 사과의 소회를 밝히며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의 직권남용, 불법체포, 불법감금, 물고문 등 가혹행위가 인정된다”며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의자의 자백은 허위사실에 해당해 재심사유가 된다”고 결정했다. 또 “검사가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음에도 고지했다는 내용의 신문조서를 작성한 것도 문제”라며 “허위공문서임이 증명된 때에도 재심사유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재심 결정과 관련해 재판부도 고심한 흔적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가혹행위의 주체로 지목한 사람들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모두 그 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 1991년 11월에 있었다는 직무상 범죄를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낙동강 변 엄궁동 555번지 갈대숲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인근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여직원 박모씨의 시신으로, 경찰은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당시 낙동강 변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러 사건의 범인이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해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1년 11월 8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최씨 등은 경찰 사칭 및 현금 갈취 등의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하면서 이들로부터 살인사건의 범행을 자백받았다. 이들은 데이트를 즐기던 남녀를 차량으로 납치해 여성은 성폭행 후 각목으로 구타한 뒤 돌멩이로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했으며 남성은 탈출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1992년 8월 부산지법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와 상고를 거쳤지만, 1993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꼬박 21년을 복역했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출소한 두 사람은 “경찰에서 고문과 허위자백이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두 사람은 2014년 8월, 2015년 7월, 2016년 1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등에 DNA 검사와 경찰수사관 6명의 인적사항 공개 등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이들의 무죄를 확신하고 백방으로 뛰던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어서다. 그는 이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7년 5월8일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18년 7월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해 2019년 4월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과 이를 검증하지 않은 검찰의 부실 수사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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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