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에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임명된 에스마일리 거니(63) 준장이 “중동에서 미국을 축출하겠다”며 미국과의 항전 의지를 다졌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거니 신임 사령관이 “전능한 알라가 솔레이마니의 복수를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길을 계승하기로 약속한다. 그의 순교에 대한 복수는 중동에서 미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쿠드스군 부사령관 출신인 거니는 지난 3일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발 바로 사령관에 임명됐다. 그는 1998년부터 부사령관을 맡아 21년 동안 솔레이마니와 함께 쿠드스군을 지휘해왔다. 거니는 과거 과거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와 관계를 두고 “우리는 전쟁의 사내들”이라면서 “고난 속에서 생긴 우리의 우정은 강력하다”고 말한 바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1957년 이란 북동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났으며 10대 시절 팔레비 왕조의 몰락과 혁명을 목격하며 성장했다. 20대 초반인 1979년 혁명수비대에 입대한 그는 처음에 이란 북서부 쿠르드 지역에서 쿠르드 분리주의 활동을 진압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전선에 배치됐다. 8년간 100만명이 사망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거니는 지휘관으로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며 솔레이마니와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다졌다.
거니는 전쟁 종료 후 새로 창설된 쿠드스군에 합류했고, 1997년부터 부사령관으로서 솔레이마니를 보좌해 조직을 이끌었다. 쿠드스군의 주요 임무는 국외에서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하고 지원함으로써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이스라엘을 억제하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쿠드스군에서 방첩 활동을 지휘했으며, 한때 이란 동쪽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관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니가 서방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12년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거니가 아프리카 내 조직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재정 지원을 맡고 있으며 서(西)아프리카 감비아로 무기를 밀수했다고 발표했다.
거니가 장기간 솔레이마니와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가장 ‘준비된’ 후임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외신은 거니가 솔레이마니에 버금가는 국내외 영향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시킴으로써 전쟁의 판도를 뒤집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등 군사 지도자를 넘어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다. 실제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 전 이란 외무차관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외교·정치적 역할은 솔레이마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