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주도의 한·일 협의체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를 풀 새로운 안이 제시된 것으로 양국의 법률대리인과 시민단체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제징용 사건 소송에 관여해 온 한·일 양국 변호사들과 이를 지원해 온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6일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해결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한·일 협의체 창설을 제안하고 “협의체는 강제동원 문제 전체의 해결 구상을 일정 기간 내에 제안하며, 한일 양국 정부는 협의체 활동을 지원하고 협의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의체에는 피해자들의 대리인 변호사와 지원자, 한일 양국의 변호사·학자·경제계 관계자·정치계 관계자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도 제의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임재성 변호사는 “지금까지 강제동원 문제 해결안으로 나온 것은 우리 외교부가 낸 ‘1+1안’과 ‘문희상 안’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안은 모두 한국에서 제안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한일 양국의 법률대리인과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낸 안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협의체에서 이뤄질 협의의 바탕에는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인권침해 사실 인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강제연행·강제노동 등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일 양국 법원 모두가 인정한 ‘인권침해 사실’을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받아들이고 사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면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그 후에도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소홀히 해 온 도의적 책임이 있다”면서 “문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하려면 한국 정부도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기업을 향해서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경제협력으로 기업의 기반을 만들고 발전해 온 ‘수혜 기업’이 있다”며 “수혜 기업이 과거의 역사를 성실하게 마주하고, 역사적 책임을 자각해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것이 해결을 위한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민사소송 절차가 지체되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외교적 논의와는 별개로 사법 절차는 절차대로 응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관여해 송달을 방해하고 피고 일본 기업에는 직접적으로 소송에 참여할 기회조차 박탈해버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