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블레(Gavle)에 있는 가구전문점 이케아(IKEA) 매장에선 지난해 1월부터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 직원들이 현금을 분류하거나 거스름돈을 세는데 하루 업무시간의 약 15%를 쓴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다. 대신 2018년 12월 한 달간 매장 내 카페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려는 고객에 한해 무료 음료를 줬다. 앞으로 현금은 받지 않을테니 양해해달라는 일종의 ‘사전통보’였다.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장 빠르게 옮겨가는 나라다. 2023년까지를 목표로 세웠다. 대중교통의 현금결제는 이미 중단됐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내는 헌금부터 길거리 구걸까지 모바일 결제로 이뤄질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관 모두에서 ‘현금을 사수’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금 사용에 익숙한 고령층, 모바일이나 디지털 금융에 소외되는 저소득층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웨덴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13.0%다.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 수는 2014년 기준으로 49.4%(전체 1629개 지점 중 733개)에 그친다. 전자결제는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도난 우려가 없어 금융생활에 편익만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가 만능은 아니다. 현금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 소외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고령층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 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도 있고, 저소득층은 결제 수단인 신용카드를 발급 받는 게 어렵다. 스웨덴 국민연금기구(NPA)는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시민에게 있는 한 은행에서도 현금을 취급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여기에다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규모 정전사태라도 일어난다면 지급수단이 사라질 수도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의 스테판 잉그베스 총재는 2018년 2월 내놓은 연례보고서에서 “자연재해나 전쟁 등에 직면하면 현금이 없어 나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금융 소외계층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은 ‘양화’가 되고, 전자화폐는 ‘악화’가 돼 현금이 모두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금이 감소하는 추세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자동입출금기(ATM)를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