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춘제 앞두고 폐렴 확산 비상…우한·홍콩 환자 계속 늘어

입력 2020-01-06 16:38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중국경영보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 발생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우한을 다녀온 홍콩인들 사이에서도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증가해 중화권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폐렴 병원체가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아직 무슨 병원균인지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곧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는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있어 폐렴이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보건 당국은 최근 2주일 이내 우한을 다녀왔다가 발열, 호흡기 감염, 폐렴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전날 추가로 8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9살 남자 어린이, 2살 여아, 22∼55세 사이의 남성 4명과 여성 2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우한을 다녀온 홍콩인 가운데 폐렴 유사 증세를 보여 격리 조치된 사람은 총 1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 5명은 퇴원했다.

환자들 가운데는 최근 우한을 다녀온 홍콩중문대 재학생도 포함됐다. 이 학생은 고열과 폐렴 증상을 보여 룸메이트와 함께 병원에 격리됐다.

중문대 측은 “이 여학생이 최근 우한에 갔다가 지난달 29일 홍콩에 돌아왔으며, 지난 4일부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이 여학생이 머물던 기숙사에 대한 소독 작업을 하고, 기숙사 학생들에게 수술실용 마스크와 알코올 등을 지급했다.

홍콩뿐 아니라 마카오와 싱가포르에서도 유사 증세가 보고됐다. 마카오 보건 당국은 “지난 5일간 5건의 의심사례가 보고됐지만 4건은 독감 및 감기로 확인됐고, 한 건만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의심 사례 한 건에 대해 “44세 마카오 여성이 열흘 전 우한을 여행한 뒤 발열과 가벼운 호흡기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며 “이 여성을 격리해 발병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 당국은 질병 경보 수준을 ‘예비경보’에서 ‘중간 위험’ 단계로 격상했다.

싱가포르 보건당국도 지난 4일 감염 의심자로 중국 국적의 3세 여아를 격리 조치했다.

중국 우한시 보건 당국은 5일까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59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 감염 환자가 44명으로 보고됐던 것과 비교해 15명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중증 환자는 하루 전 11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환자들과 밀접히 접촉한 163명에 대해서도 관찰했지만, 이상 증세는 현재까지 없었다고 전했다.

우한 보건 당국은 이번 원인불명의 폐렴이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조류 인플루엔자, 독감 등 호흡기 원인은 제외했다고 전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원인불명의 바이러스 병원체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수억 명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춘제를 앞두고 폐렴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위생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병원체 확인을 위해 균 배양 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종 병명 확인에는 1~2주일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이 병원체가 사스가 아니라고 하지만 WHO에서 최종 병명 확인이 될 때까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한국 측에도 이 병원체가 사스나 메르스가 아니라고 밝혀왔다”면서 “병원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증 환자 수가 감소하고 현재까지 사망 환자가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균 배양 검사 결과가 1월 중순이나 춘제 전에는 나올텐데, 중국 정부도 병명을 확정해야 춘제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는 2002∼2003년 사스가 발병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약 650명이 사스로 사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