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피해자 대리인단 “한·일 공동 민간협의체 만들자”

입력 2020-01-06 16:11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안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국회의원에게 발송하는 손편지 호소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한·일 양국 간 민간 차원의 협의체를 만들어 갈수록 격화되는 갈등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 기부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 제안’에 반대해온 피해자 측이 처음 내놓은 공식 해결방안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을 지원해 온 소송대리인단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강제동원 문제 전체의 해결 구상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 협의체를 창설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일본 도쿄에서도 일본 변호사와 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대리인단은 한·일 양측에서 민간 차원의 협의체를 만든 뒤 양국 정부가 지원하는 청사진을 제안했다. 대리인단은 “협의체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리인 변호사와 지원자, 한·일 양국의 변호사와 학자, 경제·정치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강제동원 문제 전체의 해결구상을 일정 기간 내에 제안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부는 협의체 활동을 지원하고 협의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리인단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가 우선이라는 대전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리인단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본질은 피해자 개인의 인권문제”라며 “국가 간 어떠한 합의도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정부 차원의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리인단은 일본 법원도 강제징용이 불법행위란 점은 인정했다며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했다. 이들은 “일본 법원은 결론적으로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들의 피해가 강제연행,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고 인정했다”며 “한·일 법원이 모두 인정한 인권침해 사실을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받아들이고 사죄하는 게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 역할도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제대로 해결 못 했고, 그 후에도 피해자 권리 구제를 소홀히 한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경제협력으로 기업의 기반을 만들고 발전해 온 ‘수혜기업’이 있다”며 “이들이 과거 역사를 성실히 마주하고, 역사적 책임을 자각해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