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 비판’ 김우현 고검장, 추미애 임명 뒤 2번째 사의

입력 2020-01-06 15:2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우현 수원고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현(53·사법연수원 22기) 수원고검장이 사의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임명된 이후 두 번째 검사장급 이상 간부의 사의 표명이다. 고검장급인 박균택(54·21기) 법무연수원장은 추 장관이 임명된 날 사직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주 검찰 고위직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고검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은 여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는 지난달 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과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수사 개시권 제한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 중 유례없는 국회 패스트트랙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과도한 경찰권 집중 우려와 실무적 문제점을 지적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긴급 상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대다수의 법률전문가가 크게 우려하고 있음에도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국민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검찰개혁이라는 국정과제를 앞에 둔 검사들 역시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고검장은 1996년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인천지검장 등을 지냈다. 2017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있으면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폭로가 나온 탓에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의 사의 표명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빈자리는 8개로 늘었다. 검찰 고위직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을 구상 중인 추 장관으로서는 인사 명분이 더 생긴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부터 새 장관의 임명 이후 검찰 인사를 위한 사전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오는 7일 오후 4시 취임 인사 차원에서 추 장관을 예방한다. 그러나 검사장급 인사와 관련한 의견은 다른 경로로 전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장관 취임에 따라 법무부 외청장 및 산하기관장이 법무부로 예방할 예정”이라며 “검찰 인사 관련 의견 청취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별도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