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긴장감 고조에 정유·화학·조선·항공 도미노 타격 우려

입력 2020-01-06 14:44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정유산업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조선, 항공 등 관련 업계의 도미노 타격이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으로 전일 대비 3.65% 상승한 배럴당 67.83 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유, 브렌트유도 모두 가격이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확대하고 중동 정국이 불안정해지면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이후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처 다변화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습 당시에도 국제유가가 금세 안정을 찾았던 것처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어떻게 확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업계 전반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 긴장이 커질 때마다 위협 카드로 꺼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우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은 전 세계 수요량의 30%에 달하는 원유 중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보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단순히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서서 수급 자체가 좌우되는 파급력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정유업계뿐 아니라 전 산업계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원유를 정제해서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도 피해를 보게 된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제재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중동 리스크가 끝나지 않고 있다”며 “상황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