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국 정부 내에서도 유적지 파괴에 광범위한 반대”
미국 고위 당국자 “유적지 공격은 비도적이고 자기파멸적”
CNN “현재로선 이란 유적지 공격 징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할 경우 이란의 역사적 유적지를 응징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유적 파괴는 ‘전쟁 범죄’라는 비판과 미국 정부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그들(이란)은 우리 국민을 죽인다. 그들은 우리 국민들을 고문하고 불구로 만든다”면서 “그들은 길가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 국민들을 날려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문화 유적지를 못 건드리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연시를 보냈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서 “이란이 공격한다면 미국은 이란의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을 포함해 52곳을 이미 공격타깃으로 설정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쏟아지는 비난에도 이란이 도발할 경우 이란 유적지 파괴를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광범위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사랑받는 문화 유적지에 대한 고의적인 파괴 같은 행위로는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적인 문화 유적을 파괴한 ‘이슬람국가(ISIS)’와 1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벨기에 루벤도서관을 불태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문명의 의미를 지닌 장소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비도적이고 자기파멸적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란 지도자들은 이란 문화에 부응해 살지 않지만 페르시안 사람들은 영향력이 심대하고 아름다운 시·논리학·예술·과학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페르시안 문화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더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모두 일했던 한 전직 당국자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한 국가로서, 그리고 군대로서, 어떤 적국의 문화 유적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여러 취재원들이 현 시점에서 미국이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콜린 칼은 트위터에 “문화재 유적지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란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IS), 히틀러, 칭기즈칸과 똑같다”면서 “트럼프는 영락없는 테러분자”라고 맹비난했다.
이란은 유네스코(UNESCO) 세계 문화유산 24곳을 보유해 고대 유적지의 나라인 이집트보다도 많다. 외무장관도 5일 “트럼프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여 이미 국제법을 심대하게 위반하더니 이제는 문화 유적을 표적으로 삼는다”면서 “이는 전쟁범죄”라고 주장했다.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 유적을 공격 대상으로 추구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가 말한 것을 아주 자세히 읽어보라”고 한발 뺐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공격하는 모든 대상은 합법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