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41) 작가가 상을 거부했다.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 요구 때문이다.
김금희는 출판사 측에서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보내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금희는 6일 “상을 줬다고 주최 측이 작가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작가의 권리를 취하면서 주는 건 상이 아니지 않느냐. 작가를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최 측에 ‘양도’라는 표현을 고쳐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내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이 전통 있는 상을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문학사상사와 기존 수상자들에 따르면 이런 문구가 계약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제4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부터다.
논란이 일자 문학사상사 측은 “작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고 앞으로는 수상자들과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며 “문제가 된 관련 규정은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금희 작가는 수상 후보작에 오른 뒤 지난 4일부터 SNS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문학사상사 측은 “여러 출판사에서 수상작이라고 홍보하며 동시에 책이 출간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며 “수상 후 1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도록 해왔고 작가의 저작권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고 한차례 해명했다.
이상문학상은 도서출판 문학사상사가 1977년 제정했다.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한다.
김금희는 ‘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 등 다수 장편과 소설집을 냈고, 현대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