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유적 타깃”…미국 정부서도 “자기파멸” 반대 확산

입력 2020-01-06 09:37
미국 고위 당국자 “유적지 공격은 비도적이고 자기파멸적”
CNN “현재로선 이란 문화유적지 공격 징후 없어”
미국과 이란서 “전쟁범죄” 비판 쏟아져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그런 말 안했다” 발뺌


아케메네스 왕조가 기원전 518년 수도로 세웠던 페르세폴리스 유적지의 모습.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650㎞ 떨어진 쿠이라마트 산기슭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공격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위협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문화 유적지도 공격 타깃에 포함시켰다고 위협한 것이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광범위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타깃으로 설정했다”면서 “이란에 매우 중요하고 문화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일부 타깃들도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사랑받는 문화 유적지에 대한 고의적인 파괴 같은 행위로는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적인 문화 유적을 파괴한 ‘이슬람국가(ISIS)’와 1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벨기에 루벤도서관을 불태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문명의 의미를 지닌 장소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비도적이고 자기파멸적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란 지도자들은 이란 문화에 부응해 살지 않지만 페르시안 사람들은 영향력이 심대하고 아름다운 시·논리학·예술·과학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페르시안 문화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더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모두 일했던 한 전직 당국자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한 국가로서, 그리고 군대로서, 어떤 적국의 문화 유적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여러 취재원들이 현 시점에서 미국이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콜린 칼은 트위터에 “문화재 유적지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란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IS), 히틀러, 칭기즈칸과 똑같다”면서 “트럼프는 영락없는 테러분자”라고 맹비난했다.

이란은 유네스코(UNESCO) 세계 문화유산 24곳을 보유해 고대 유적지의 나라인 이집트보다도 많다. 외무장관도 5일 “트럼프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여 이미 국제법을 심대하게 위반하더니 이제는 문화 유적을 표적으로 삼는다”면서 “이는 전쟁범죄”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 유적을 공격 대상으로 추구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가 말한 것을 아주 자세히 읽어보라”고 한발 뺐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공격하는 모든 대상은 합법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