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를 확대해 현금 사용이 급감한 국가들이 최근 들어 현금 사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주는 편리함이 크지만,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은 ‘최근 현금 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상업은행의 현금 취급 업무를 의무화하는 ‘지급결제서비스법’ 개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상업은행 지점이 폐쇄된 지역 주민들이 우체국을 통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무료 ATM 수가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스웨덴과 영국이 현금 사용을 강화하려는 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현금을 공급하는 창구가 줄어들면서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떨어지고,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소비 활동 제약, 현금사용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와 같은 문제점이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별 현금결제 비중(거래기준)을 보면 스웨덴은 2018년 기준 13%, 영국은 28%, 뉴질랜드 31%로 집계됐다. 일부를 제외하면 ‘현금 없는 사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금 사용이 적은 것이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현금결제를 아예 거부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의 조사 결과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비중이 2014년 27%에서 2018년 45%로 크게 늘었다.
스웨덴 상업은행 지점 중 현금 취급 지점 수는 2008년 말 1777곳에서 2014년 말 733곳으로 1000곳 넘게 사라졌다. 2018년 기준 은행 지점 수는 스웨덴의 경우 2011년 대비 33.2%, 영국은 23.4%, 뉴질랜드는 29%씩 감소했다. ATM 수도 2014년 대비 스웨덴 21.2%, 영국 11.4%, 뉴질랜드 7.3%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는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현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지급수단이 없고,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 상실, 소수 민간 지급결제업체의 독과점 등의 문제도 현금 없는 사회의 폐해라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영국의 경우 현금이 사라지면 대응하기 곤란한 국민의 수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전체 성인의 8%에 해당하는 430만명이 디지털 지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계좌조차 없는 성인도 130만명(2.4%)에 달했다. 뉴질랜드와 스웨덴에서도 현금 사용 감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각 23%, 27%로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