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에 참여하던 20대 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실적을 압박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장애인의 자립을 돕던 뇌병변 장애인 설요한(25)씨가 지난달 5일 전남 여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그는 사망 전 동료에게 “그동안 민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설씨는 지역 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동료지원가’로 활동했다.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을 돕는 사업이다. 문제는 과도한 업무 할당량이었다. 매달 장애인 4명을 직접 발굴하고 인당 5번은 만나야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어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그가 지역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며 장애인을 발굴하고 계속해 만나러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설씨가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를 채용한 기관은 정부에서 지급받은 사업비를 돌려줘야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동료지원가가 자기가 맡은 업무를 다 수행하지 못하면 국가는 해당 지원가를 고용한 위탁기관에 부담금을 압류하겠다고 반협박을 했다”며 “그런 일들에 부담을 느낀 설씨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측은 “중증장애인의 몸으로 감당하지 못할 노동강도를 견뎌내고 받는 돈은 월 60여 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며 “설씨가 마주했던 나쁜 일자리에 여전히 200명의 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활동가는 “동료지원가는 일주일에 3회, 월 15회 출근해 총 60시간 일한다. 이 시간에 맞추려면 보통 오후 1시에 출근에 6시에 퇴근하게 된다”며 “중증장애인에게 구직 상담을 해도 실제 일자리 연계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초에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없는 상황인데 그저 실효성 없는 상담업무를 실적만 채우려 억지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정부 기관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태다. 장애인단체 등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