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진과 학생들이 학술 교류 차원에서 독일 수도 베를린을 방문했다.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과 북한 학생들의 만남이 눈길을 끈다.
김일성종합대학 도이칠란트어문학과 교수 2명과 학생 12명은 지난 4일(현지시간)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들은 처음으로 베를린자유대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들을 계획이다.
앞서 2014년에도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지만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주로 독일어 관련 수업을 수강한다. 독일 문화와 역사 관련 강좌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김일성종합대학과 베를린자유대가 2018년 대북제재와는 무관한 학술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성사됐다.
북한 학생들은 5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를 찾았다. 이 곳에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던 베를린자유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는 “북한 학생들이 어학뿐만 아니라 독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박물관도 견학할 것”이라며 “앞으로 매년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을 초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학생들과 독일 학생들은 금세 친해졌다. 김일성종합대학 도이칠란트어문학과 학생 12명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독일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북한 학생들은 잠시 강의실 뒤편에서 서성였지만 이내 비어있는 독일 학생들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건넸다.
독일 남학생 옆자리에 앉은 북한 학생 김정임씨는 “나는 도이칠란트어를 듣기가 어렵다”며 “조선어 듣기에는 어려움이 없느냐”고 물었다. 독일 여학생 옆자리에 앉은 북한 학생 조형철씨는 “일요일에 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느냐”고 말을 걸었다. 북한 학생들은 대화에 손색이 없을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뽐냈다.
북·미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고 대북제재가 강도 높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교류는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베를린자유대 측은 북한 학생들이 독일 당국으로부터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