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분위기에는 내일까지만 취하겠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으로 돌아가겠다.”
‘플라이’ 송용준은 베테랑다웠다. 우승 직후 헐거워질 팀 분위기를 경계했다.
아프리카는 5일 울산 남구 KBS 홀에서 열린 ‘2019 LoL KeSPA컵’ 결승전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2016년 1월 창단한 아프리카는 4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세리머니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송용준은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가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팀원과의 호흡이 잘 맞은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그는 “전장 상황을 상대보다 빠르게 체크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던 게 스노우볼을 빨리 굴러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송용준과의 일문일답이다.
-팽팽한 접전을 예상했는데 일방적인 3대 0 경기가 나왔다.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가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싸움 형국을 잘 봤다. 팀원과의 호흡이 잘 맞은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전장 상황을 상대보다 빠르게 체크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던 게 스노우볼을 빨리 굴러가게 만들었다.”
-1세트에는 에코를 골랐다. 준비해온 픽인가.
“신드라 상대로 무난한 픽이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카운터 픽으로 준비해왔다. 마침 신드라를 고르더라. (신드라를 풀어준 것도 미리 설계한 밴픽이었나?) 그 구도에 자신이 있었다. 신드라를 푼 상태에서 맞붙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 풀고 붙어도 자신 있었다.”
-2세트에는 오른을 골랐는데. 미드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챔피언은 아니다.
“일단 오른이 재미있다. 춤추는 거로 상대를 놀리는 재미가 있다. 대회 전부터 코칭스태프한테 미드 오른을 하고 싶다고 건의했었다. 그때는 허락해주지 않았다. ‘쵸비’ 정지훈(DRX)이 대회에서 꺼낸 걸 보고 코치진의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챔피언 자체가 좋다. 조만간 너프가 예상된다.”
-3세트에는 ‘썬’ 김태양과 자리를 바꿨다. 예고됐던 교체였나.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실전에서 경험치를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생각에서 교체를 결정하셨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태양이가 저를 넘어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저도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2019년엔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왜 아프리카에 입단했나.
“오프 시즌에 빠르게 팀을 구하고 싶었다. 협상을 길게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마침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강영훈 사무국장님과 대화를 해보니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잘 맞았다. 빠르게 결정했다. 제가 나이도 있고, 경력이 오래된 편이지 않나. 국장님이 ‘너는 아직 빛을 보지 않은 거다. 우리 팀에 오면 만개시켜주겠다”고 하셨다.”
-올해 아프리카는 전반적으로 선수단 연령대가 높다.
“아프리카는 연습 분위기가 빡빡한 편이다. 시즌 초반인 만큼 경험이 풍부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다른 팀 선수들도 경험을 쌓을 것이다. 그런 만큼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사파 미드라이너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조금 안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어떤 챔피언이 나올지 모르는 메타라 좋게 생각한다. (오늘도 사파 챔피언을 준비해왔나?) 앞으로도 쓸 수 있는 만큼 어떤 챔피언인지는 비밀이다. 사실 오늘 3세트에 교체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픽을 꺼내려고 했다.(웃음)”
울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