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공갈젖꼭지’…소방대원 父 대신 훈장 받은 19개월 아들

입력 2020-01-06 05:00
시드니모닝헤럴드 캡처

화마가 휩쓸고 있는 호주에서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한 어린 아들의 사진이 네티즌을 울리고 있다. 사진 속 아이의 아빠는 자원봉사 소방대원으로, 산불 진화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2일(현지시간) 사망한 소방대원 제프리 키튼의 아들 하비가 아빠 대신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셰인 피츠시몬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산불방재청장이 키튼에게 사후 훈장을 수여했고, 이를 생후 19개월된 아들 하비가 대신 받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하비는 아동용 소방대원 유니폼을 입고 장례식장에 등장했다. 입에는 ‘공갈(인공) 젖꼭지’를 문 채였다. 피츠시몬스 청장은 그런 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훈장을 가슴에 달아줬다.

키튼은 지난달 19일 시드니 남서부 그린 와틀 크릭(Green Wattle Creek)에서 초대형 산불과 싸우던 중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키튼의 동료였던 앤드루 오드와이어도 함께 사망했다. 오드와이어의 장례식은 다음 주 중 열릴 예정이다.

키튼의 장례식에 참석한 수십명의 소방대원은 의장대를 꾸리며 그를 추모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그의 부인 제니 모리슨,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주 주지사 등을 비롯해 수백명의 조문객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현재 호주는 산불과 몇 달째 씨름을 벌이고 있다. 현지 소방당국은 5일 산불에 폭염까지 겹쳤던 지난 24시간이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NSW주 전역에서 150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중 64건은 통제 불능 수준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진화작업에는 수천명의 소방대원이 투입된 상태다. 이들 다수는 무급 자원봉사 대원들이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사망한 대원만 18명에 달하고, 이들 중 7명은 NSW에서 발견됐으며 나머지는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SMH는 “키튼의 장례식이 끝나고 조문객이 흩어지자 소방대원들은 소방차에 다시 올라탔다”면서 “그들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