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창단 4년 만에 첫 우승컵

입력 2020-01-05 17:50 수정 2020-01-05 17:59

아프리카 프릭스가 창단 4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프리카는 5일 울산 남구 KBS 홀에서 열린 2019 LoL KeSPA컵 결승전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에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승,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아프리카는 2016년 1월 창단 이후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이었다. 아프리카는 지난 스토브리그에 주전 멤버 ‘유칼’ 손우현, ‘에이밍’ 김하람과 작별했다.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플라이’ 송용준, ‘미스틱’ 진성준 등을 영입했지만, 팀 전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에는 ‘클리드’ 김태민을 영입한 젠지, 전년도 국내 대회를 제패한 T1 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대회 첫 경기였던 16강 락헤드 플레이어즈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의 경기력은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기인’ 김기인은 당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워크가 10%가량 완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부터 아프리카의 경기력 곡선이 가파르게 향상됐다. 이들은 브리온 블레이드, 한화생명e스포츠 등을 연이어 격파했다.

아프리카의 경기력이 최고조에 달한 건 4일 준결승전 때였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난 김기인과 두 베테랑 선수 ‘스피릿’ 이다윤, 송용준이 맹활약해 드래곤X(DRX)를 3대 0으로 눌렀다.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4일 오전 4시경 울산 숙소에 도착한 아프리카는 수면을 취한 뒤 바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몇몇 선수는 감기 바이러스를 앓는 와중이었다.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경험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진출 경험이 있는 이다윤과 진성준, 2013년 데뷔해 한·중·미 무대를 누벼본 송용준은 결승전 무대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반면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샌드박스는 경직된 플레이를 펼쳐 아쉬움을 남겼다.

결승전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아프리카가 첫 세트를 20분대에 접수해 기선을 제압했다. 첫 드래곤 전투에서 2킬을 챙긴 뒤 가파르게 스노우볼을 굴렸다. 이들은 협곡 방방곡곡에서 샌드박스 챔피언들을 쓰러트렸다. ‘루트’ 문검수와 ‘조커’ 조재읍으로 바텀 듀오를 꾸린 샌드박스에 킬 스코어 24-1로 대승했다.

아프리카의 기세는 2세트에도 이어졌다. 드래곤 버프 4개를 독식한 아프리카는 매 전투마다 킬을 쓸어담았다. 샌드박스는 바텀 듀오 ‘레오’ 한겨레와 ‘고릴라’ 강범현을 교체 투입했으나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프리카가 바텀에서 에이스를 띄워 킬 스코어 15-1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결국 3세트에서 축포가 터졌다. 샌드박스는 ‘페이트’ 유수혁(오리아나)을 새로 투입해 분위기를 환기했다. 아프리카도 ‘썬’ 김태양(럼블) 카드로 응수했다. 팽팽하던 경기는 아프리카가 드래곤 버프 4스택을 얻어내자 균형이 무너졌다. 장로 드래곤까지 사냥한 아프리카가 김기인(헤카림)의 말발굽으로 토성(土城)을 짓밟았다. 아프리카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울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