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군부실세 공습 영향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도 한몫
새해 첫 주부터 자산시장이 널뛰기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을 등에 업고 지난 연말에 위험자산으로 몰려들던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안전자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이다. 미국의 이란 군부실세 공습으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을 억누른다. 여기에다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경기 지표마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회귀하면서 채권과 금 가격이 뛰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지난 3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연 1.270%, 연 1.555%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0.057% 포인트, 0.083% 포인트 내려갔다(채권가치 상승). 금 가격도 올랐다. 지난 3일 KRX금거래소에서 금 1g의 가격은 5만7850원에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1.74% 상승했다.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은 주춤한다. 지난해 말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리던 미국 뉴욕증시는 급락장을 연출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3.92포인트(0.81%) 하락한 2만8634.88에 마감했다. 지난달 3일 280.23포인트(1.01%) 내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00포인트(0.71%) 떨어진 3234.85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71.42포인트(0.79%) 내린 9020.77에 마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연말부터 고점 논란에 휘말려 있다. 투자자들은 ‘매도 핑계’가 나오면 낙폭 확대를 대비해 주저없이 자금을 빼려고 할 것”이라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65달러 선을 넘지 않는 한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미국 언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탄핵 표결을 앞두고 일시적 국면 전환용으로 ‘중동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평가한다. 장기화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경고등’이 켜진 미국 제조업 경기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7.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월(46.3) 이후 최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기 회복 압력이 약한 데다, 중동 이슈처럼 예상치 못한 이벤트는 언제나 상존하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