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직장에서 매일 욕을 듣는다. A씨가 실수하면 상사는 “지나가는 고등학생을 데려다 일 시키는 게 낫겠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소리친다. 다른 상사는 “얼굴 X같이 생겼다” “꼬우냐”고 시비를 건다. A씨는 “상사의 감정과 욕설을 받아내는 쓰레기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B씨는 직무능력이 떨어진다며 모욕을 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정도가 심해졌다. 상사는 B씨를 불러내 면담을 하더니 “너는 업무능력이 빵점”이라며 “네가 살 수 있는 빠른 길은 시집가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5일 직장내 괴롭힘금지법 시행 6개월째를 맞아 지난달 1일부터 1개월간 신원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6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226건 중 11%인 27건이 모욕 관련 제보였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런 모욕은 직장내 괴롭힘금지법이 아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직장에서 공연히 모욕을 하면 모욕죄,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
발언 내용에 직접적인 욕설이 없어도 모욕으로 해석된 판결도 있다.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여성 직원에게 머리모양을 단정하게 하라며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나.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다”고 창피를 주고 목에 난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 했나”라고 한 상사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발행한 ‘직장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서 이같은 모욕 행위를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다른 직원들 앞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훼손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 예방교육을 받은 공공기관, 대기업이 교육을 하지 않은 중소영세기업에 비해 괴롭힘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근로기준법에 예방교육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