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능⇒금광⇒모아⇒호반⇒서진건설로 최소 4차례 사업추진자가 바뀌었지만 사업성과는 돌고 돌아 제자리.’
광주지역 최대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겉돌고 있다. 어등산 관광단지개발사업이 또다시 무산돼 행정낭비와 함께 공신력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44년간 육군포병학교 포 사격장으로 사용돼 황폐화된 어등산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시작한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지난해 4번째 우선협상대상자 교체라는 오락가락 행정 등 ‘흑(黑)역사’에도 불구하고 끝내 좌초됐다.
시는 지난달 24일 서진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공식 박탈하고 올해 사업자를 재공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여년에 걸쳐 삼능건설과 금광건설, 모아건설, 호반건설에 이어 서진건설마저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것이다.
서진건설은 사업 시행자인 광주도시공사와 협약 체결 일정을 잡았다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진건설은 막판까지 광주시에 사전 예치한 유가증권을 돌려준다면 협약을 체결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와 도시공사는 유가증권이 사업 이행 담보금인만큼 협약 체결이 마무리돼야 돌려줄 수 있다고 맞서 계약이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서진건설이 시에 맡긴 유가증권은 전체 사업비 4800억원의 100분의 1 규모인 48억원이다.
서진건설은 협약 체결 이후 10일 이내에 전체 사업비 10%인 483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일시 납부하는 부담이 큰 데다 은행권 지급보증 심사도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결국 서진건설과 협약 체결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2006년 삼능건설㈜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처음 선정했다. 그러나 2009년 1월 해외투자와 국내 건설경기 부진의 늪에 빠진 삼능건설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아 첫 고비를 맞았다.
삼능건설은 광주 특화산업인 광산업과 디자인산업을 양대축으로 빛과 예술이 조화된 세계적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의욕을 불태웠지만 경영난에 따른 부도로 3년여 만에 꿈을 접었다.
이후 2009년 4월 양도·양수 방식으로 금광기업이 삼능건설로부터 개발사업권을 넘겨받았지만 역시 이듬해인 2010년 4월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민간사업자가 모아종합건설로 다시 변경됐다.
금광기업이 최대 주주로 참여한 ㈜어등산리조트는 이 과정에서 2012년 9월 1100억원을 들여 어등산골프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아건설 역시 6개월여 만인 2010년 11월 취약한 자금력으로 사업권을 반납했고 광주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게 됐다.
수년간 진척되지 못하던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이어 민선 7기 초기인 2018년 9월 사업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수익성을 저울질하다가 막판에 또다시 참여의사를 철회해 난맥상에 빠졌고 서진건설마저 지난해 말 ‘백기’를 들어 현재 원점을 맴돌고 있다.
굵은 사업추진자 교체만 4~5번에 달할뿐 실제 국내외 업체나 해외투자자 등 구체적 사업투자 논의 과정을 더하면 그동안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10여차례나 좌절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시는 새해 벽두 급한 불부터 끈다는 심정으로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 기간을 5년 연장했지만 당장 맥빠진 추진동력을 살려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런 소득 없이 생채기만 남긴 채 15년을 보내고 앞으로 5년간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명분과 입장만 정했기 때문이다.
시가 사업 기간 만료일을 2019년 12월에서 2024년 12월로 변경하면서 사업 시행자(광주 도시공사)와 토지 이용계획은 그대로 유지됐다.
전체 부지 면적 273만6200여㎡, 건축 면적 3만6500여㎡, 건축 연면적 14만3800여㎡ 등이다.
시설 지구별 건축 연면적은 공공편익 1800㎡, 숙박 10만3700여㎡, 상가 1만6500여㎡, 운동 오락 1만5700여㎡, 휴양문화 5900여㎡다.
시는 당초 지역 건설업체만 참여해도 충분히 사업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낙관하고 협상을 타진했다. 하지만 그동안 협상결과는 매번 사업 포기나 협상 결렬에 그쳤다.
시는 사업을 중도 포기한 기존 개발업체와 투자금 반환 소송 끝에 투자금 229억원을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현재 골프장만 운영하는 모 업체는 여기에 골프장 순수익금 일부를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협상력 부재로 협약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두고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는 냉소가 이어지고 있다.
새해들어 시가 행정낭비와 함께 공신력만 깎아 내리는 관광단지 조성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지만 사업추진을 전제로 개발제한구역까지 해제한 상황에서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낮은 수익성으로 사업자가 다시 나설지도 불분명한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사업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상가 시설 등을 확대하면 중소 상인 등의 피해와 반발이 불가피해 결국 이 사업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시공사를 통한 직접 개발 또는 민관 합동 사업추진 방식의 득실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