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폐렴 환자 급증…중화권도 의심환자 속출 ‘사스 공포’

입력 2020-01-05 16:30 수정 2020-01-05 17:15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중국경영보 캡처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데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유사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중화권에 비상이 걸렸다. 2002~2003년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6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5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중국 우한(武漢)을 다녀온 뒤 바이러스성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14명 보고됨에 따라 전염병 대응 수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전날 이 바이러스성 폐렴 의심 환자가 8명이라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6명이 늘어났다. 이들 6명은 모두 성인으로 현재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일 홍콩 당국은 최근 우한을 다녀온 홍콩인 3명이 발열 등의 증세를 보여 격리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모두 상태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폐렴이 집단 발병한 근원지인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다녀오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우한에서 곧바로 오는 직항 항공편 승객들에 대해 검역을 실시한 결과 8명이 발열 등의 증세를 보였으나 5명은 일반 감기로 판명되거나 열이 내려 귀가조치했으며, 3명은 증세를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우한에서 발병한 원인불명의 폐렴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된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홍콩 당국은 2003년 사스 대유행 때 큰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는 곧바로 홍콩으로 확산됐고, 홍콩인 감염자 1750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 명이 감염돼 349명이 사망하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만 모두 650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에서도 첫 번째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전날 폐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중국 국적의 3세 소녀를 격리 조치했다. 이 환자는 우한을 여행했지만,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에서도 우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도착한 6살 어린이가 발열 증상을 보여 당국을 긴장시켰다. 다만 이 어린이는 우한을 직접 여행하지는 않았고 독감 백신을 접종한 점 등을 감안해 귀가 조치를 했다. 대만에서는 중국 당국이 이번 질병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중국에 거주 중인 교민들에게 “중국 우한시에서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해 개인위생 수칙 준수 및 신변 안전 유의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중국 본토인 우한에서는 지난 3일까지 최소 44명이 이 바이러스성 폐렴에 걸렸으며 11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지난달 31일 감염자 27명이 보고된 후 사흘 만에 17명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폐렴 환자 44명 대부분은 화난수산시장 상인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폐쇄된 화난수산시장에서는 주로 해산물을 팔지만, 후미진 곳에서는 뱀 등 각종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해 왔으며, 시장에서 버려진 토끼 머리와 동물 내장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한 보건 당국은 최근 발생한 집단 폐렴은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일부는 폐 감염 증세가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일반 감기나 조류독감 등 기존 호흡기 질병일 가능성은 배제했다. 또 초기 조사에서 사람 간 전파나 의료진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질병 사태와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꾸렸으며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사스 재발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우한 경찰은 최근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친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