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착석 여부 등 운전 개입 여부 감지하고
비상상황 15초 전 경고, 미응답 시 ‘위험최소화’ 운행
국제기준으로 인정받고 시행세칙 마련하는 등 과제 남아
정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레벨3(부분 자율주행) 자율주행차’의 안전기준을 만들어 공포했다. 제조사들이 이 안전기준에 맞춰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차량에 적용하면, 오는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판매가 가능하다. 레벨3는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이 요구하면 운전자가 즉시 운전을 해야하는 단계다. 다만 국내 기준이라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신력을 얻는 건 과제로 남는다.
국토교통부는 5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포하면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개정 규칙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오는 7월부터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출시·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우선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레벨3을 ‘부분 자율주행’, 레벨4를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 레벨5를 ‘완전 자율주행’으로 지칭하기로 했다.
레벨1~2는 운전 방향이나 가감속을 보조하는 지원기능이 탑재된 수준이다. 레벨3부터 넓은 의미의 자율주행차로 분류한다. 레벨3은 지정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사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운전을 해야 한다. 레벨4는 지정 조건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운전자 없이 운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레벨5는 어떤 도로나 비상 상황에서도 운전자 없이 운전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 주행할 수 있는 ‘레벨3 안전기준’도 만들었다. 지정된 작동 영역(특정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책임 아래 운전자가 손을 떼고도 지속해서 ‘차로 유지 자율주행’을 가능토록 했다. 단, 운전자가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 착석 여부 등을 감지해 운전 가능 여부가 확인됐을 때에만 작동토록 했다.
고속도로 출구처럼 자율주행 작동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예정돼 있으면, 운전자가 운전할 수 있도록 15초 전에 경고해야 한다. 주행 중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경고한다. 경고 후 10초 이내에 운전자 반응이 없으면 감속을 하고 비상경고신호를 작동하는 ‘위험최소화 운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안전기준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건 아니다. 국내 고속도로나 자동차고속도로 주행 시에만 적용된다. 국내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으로 공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자율주행차 성능 검증 방법 등 구체적 시행세칙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는 국제기준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엔 산하 자동차안전기준국제조화포럼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제 동향을 참고하고 국내 업계·학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국제기준과 어긋나는 부분이 없도록 안전기준을 제정했다. 향후 국제기준 회의체에 참석해 한국의 안전기준이 국제기준으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