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세계대전을 막자.” “전쟁은 재선 전략이 아니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피살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4일(현지시간) 미국 80여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발어졌다.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는 시위대 1000여명이 전쟁 반대와 미군의 중동 철수를 외쳤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백악관 앞 시위에는 원로 여배우 제인 폰다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에 비판적인 유명 인사들도 참석했다. 제인 폰다는 연설에서 “젊은이 여러분들이 태어날 때 부터 수행해온 전쟁은 모두 석유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석유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목숨을 빼앗기고,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이외에 뉴욕 등 여러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 소유 빌딩 앞에는 어김없이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날 시위는 미국의 대표적 반전 시민단체 코드핑크(Codepink)와 앤서(ANSWER·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가 주도했다. 두 단체는 성명서에서 “만약 미국인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전쟁은 세계 전체로 확산돼 예측할 수 없는 규모의 비극과 참상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드핑크의 메데아 벤자민 대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시위에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라크 전쟁이 시작할 즈음과 비슷한 분위기가 빚어지자 젊은이들과 유색인종들이 대거 반전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추가적인 적대행위를 고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결의안이 발의됐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민주당 의원(버지니아)이 3일 제출한 결의안은 이란과 어떤 적대행위도 의회의 선전포고 또는 군사력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케인 의원은 “나는 수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에 빠질까 봐 깊이 우려했다”며 “이란과 미국 관계는 이제 끓어오르기 직전에 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우리 군대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기 전에 의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과, 원내총무 딕 더빈 의원이 이 결의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화당이 과반인 상원에서 가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위해 군사력을 투입하면서도 사전에 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관련법은 행정부가 군사적 조치 등을 취했을 때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이날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