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일파만파다. 금융감독원이 검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는 가운데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손실률이 70%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 우려마저 높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기·불완전 판매 등을 주장하며 민·형사 집단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자산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290개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5조9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25.8%)가량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4조1000억원에 그쳐 설정액보다 약 3000억원 부족하다.
특히 라임자산이 지난해 10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을 발표하기 전인 8월부터 매월 3000억~5000억원의 투자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는 이른바 ‘펀드런’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개방형 사모펀드는 통상 만기 전이라도 매월 두세 차례 정해진 날짜에 펀드를 해지하고 자금을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의 펀드에 대해 자산가치 등을 평가하는 실사를 진행 중이다. 중간실사 결과 최초로 환매가 중지된 ‘테티스 2호’ 펀드의 기초자산(A·B·C등급) 가운데 C등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라임자산 펀드의 손실률이 최소 40%에서 최대 70%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경우 손실 규모는 28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
라임자산 실사 결과가 통보되는 오는 13일 이후로 판매사(은행·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문제 등이 본격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광화, 인터넷 카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에 낸 진술서와 카페 게시글 등을 통해 “원금 손실이나 환매 지연 가능성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 70대 투자자는 “주거래 은행 직원에게 돈을 맡기면서 ‘펀드에 투자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해당 직원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펀드에 가입했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은행에서 펀드를 추천하면서 계약서나 설명서를 주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에야 내가 투자한 상품이 라임자산의 사모펀드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라임자산 측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도 라임자산을 상대로 공동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조치 등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