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항공자위대의 명칭을 항공우주자위대로 바꿀 전망이다. 1954년 자위대 창설 뒤 첫 명칭 변경 시도다. 중국·러시아의 우주개발에 따라 ‘우주 공간도 방위 영역인 된 만큼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일본의 군사 대국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일 일본 정부가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서 항공자위대 명칭을 항공우주자위대로 변경하기 위해 자위대법과 방위성설치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항공자위대 임무에 고도 100km 이상인 ‘우주’의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요미우리는 1954년 육상·해상·항공 자위대가 창설된 이래 자위대 명칭이 변경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르면 2021년도에 이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명칭 변경 배경은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대국화다. 요미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킬러 위성’ 등 새로운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어, 안보 정세의 변화에 맞춰 우주 공간을 방위영역으로 명확히 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구체적으로 “현재 항공자위대의 정원은 약 4만7000명”이라며 “경계감시 활동의 무인화 등으로 기존 임무는 현재 인원의 70%가 수행하고, 나머지 30%에는 우주 관련 등 새로운 임무를 맡긴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20명 규모로 창설 예정인 첫 우주부재 ‘우주작전대’의 인원을 2023년까지 12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6년에 감시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수상한 위성 등을 감시토록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2019~2023)에서 우주 영역을 ‘우위성을 획득해야 하는 사활적으로 중요한 공간’으로 규정하고, 2019년부터 본격 움직임에 나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9월 방위성에서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항공우주자위대가 ‘꿈같은 얘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방위성은 우주·사이버·전자전 등 신 영역을 융합해 ‘영역횡단’(Cross-domain) 작전 능력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우주상황 감시 시스템 취득비 154억엔(약 1661억원) 등 우주 방위 관련 경비로 2020년도 예산안에 542억엔(약 5846억원)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우주진출 이유를 중국·러시아에 대한 방어를 언급했지만, 자위대이 영역 확장에 따른 우려가 예상된다. 우익세력들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외치며 꾸준히 개헌을 추진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 전후 평화헌법 하에서 1969년 ‘우주개발 이용은 군사 이외의 목적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국회 결의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2008년 4월 우주기본법을 마련, 일본의 우주개발 이용이 “국제사회의 평화 및 안전의 확보, 그리고 일본의 안전보장에 기여하도록 행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과거 결의를 무력화시켰다.
전수방위 원칙도 논란이다. 이는 ‘방위상 필요가 있더라도 상대국을 선제공격해서 안 되며 침공해온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한다’는 원칙으로 일본 헌법 9조에 따른 자위대의 토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