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피고인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고 소재 불명이라고 단정해 ‘공시송달’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시송달이란 재판 당사자의 주소지 등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에서 재판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시하는 제도다. 게시 2주가 지나면 서류가 당사자에게 배달된 것으로 간주해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7)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무면허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길가에 멈춰 있던 다른 차량의 뒷 범퍼 부분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모두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을 송달하고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해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결정하기 전 변경된 A씨의 번호로 연락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소송 관련 서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공소장에 기재된 연락처로 한 차례 전화를 걸었고 해당 번호가 ‘수신 정지’ 상태임을 알게 됐다. 재판부는 공시송달을 명령했다가 A씨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통화가 연결되자 공시송달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법원은 A씨가 말해준 새 주소지로 다시 우편송달과 집행관송달을 실시했는데, 두 차례 모두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다시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하여 가능하므로 기록상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여 보는 등의 시도를 해야 한다”며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 법원은 공시송달 결정 후 A씨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잘못된 번호로 한 차례 연락을 했을 뿐 결정 전후에 변경된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A씨의 항소심 판결은 위법한 절차에 따라 선고된 판결이기 때문에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