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에 불타는 호주…석탄산업 옹호 총리 비판도 확산

입력 2020-01-05 15:01 수정 2020-01-05 15:14
미국의 우주기술회사 막사 테크놀로지가 4일(현지시각) 공개한 호주 빅토리아 주 이스트 깁스 랜드의 오보스트 지역 산불 위성사진. 막사 테크놀로지 제공 EPA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고 있는 호주가 예비군까지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에 강풍까지 더해지며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산불로 인한 희생자 수는 총 24명으로 늘어났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호주 전역에서 돌풍과 고온의 영향으로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해 9월말 시작된 산불이 세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잠잠해질 기미 없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총 24명이 산불로 숨졌는데 이중 절반에 달하는 12명이 이번 주 피해로 목숨을 잃었다.

섭씨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기온이 수백 개의 산불을 부채질하면서 봉쇄선까지 뚫고 번져나가고 있다. 일부 산불의 경우 강한 열을 발산하며 자체 화염 토네이도까지 일으키는 상태다. 토네이도에서 발생하는 마른 벼락 탓에 곳곳에서 새로운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 교외의 펜리스는 사상 최고 기온인 48.9도를 기록했고, 수도 캔버라도 역대 최고인 42.9도를 기록했다.

인구 밀집지역인 호주 동남부의 많은 지역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3개 중에서 1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해군 함정도 동원됐다. 주택 1500채 이상이 손상된 가운데 대략 벨기에나 하와이 면적의 2배 가량이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한 사상 최대 규모인 예비군 3000명을 동원해 지난 수개월 동안 화마와 싸우고 있는 의용 소방대 수천명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더 많은 군인이 지상에 배치되고 더 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날며 더 많은 배가 바다에 띄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불이 확산되던 지난 연말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떠나 거센 비판을 받았던 모리슨 총리에게 호주 여론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 현장을 찾은 그에게 주민들은 “우리는 완전히 잊혔다” “꺼져라” 등 야유와 비난을 쏟아냈다. 지구 온난화가 치명적 산불 사태의 주 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자국 석탄산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기후 변화 관련 대응을 거부했던 그의 과거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