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랑스령 작은 섬에서 ‘즐거운 반란’이 일어났다. 제주도보다 조금 큰 면적으로 인도양에 솟아난 화산섬 레위니옹의 아마추어 축구팀 JS 생피에로아가 2019-2020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32강에 진출했다.
생피에로아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오르 스타드 르네 가이야르에서 샤무아 니오르와 가진 64강전을 2대 1로 승리했다. 생피에로아는 14개 팀으로 운영되는 레위니옹 프리미어리그를 지난해까지 21차례 정복한 ‘섬 안의 제왕’이지만, 프랑스 프로축구 2부 리그 팀인 니오르와 비교하면 변변치 못한 전력을 갖춘 아마추어 팀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팀에서 배출된 유명 선수는 프랑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디미트리 파예(올랭피크 마르세유) 정도다. 파예의 공인된 프로 데뷔 팀은 생피에로아가 아닌 2005년 프랑스 낭트로 기록돼 있다.
레위니옹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쪽 720㎞ 해상에 위치한 인도양의 화산섬으로, 프랑스에서 1만㎞나 떨어져 있다. 주요 산업은 사탕수수 위주의 농업이다. 이런 레위니옹에서 100여명의 원정 응원단이 스타드 르네 가이야르를 찾아가 생피에로아를 응원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보도했다.
생피에로아는 원정 응원에 골로 보답했다. 후반 14분 제라르 허버트의 선제골, 후반 31분 라이언 폰티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후반 18분 실점도 자책골이었다.
생피에로아는 프랑스 영외에서 쿠프 드 프랑스에 출전한 팀 사상 1989년 기아나에 이어 두 번째로 32강에 진출했다. 조금 섣부르지만 ‘제2의 칼레의 기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4부 리그 팀 칼레는 2000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하부 리그 팀의 이변을 설명할 때 ‘칼레의 기적’이 언급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