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생산되는 바나나. 하지만 정량화된 후숙 기술이 없어 맛이 수입산만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제주에서 ‘제주산 바나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친환경 후숙 기술이 개발됐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제주산 바나나를 안전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고 5일 밝혔다.
농기원에 따르면 바나나는 대표적인 후숙 과일로, 후숙 방법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 여건에 맞는 후숙 방법을 찾지 못해 그동안 농가에서는 색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바나나는 에틸렌과 탄산가스의 농도, 온도, 습도, 후숙 일수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농기원 조사 결과 제주산 바나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후숙 방법은 후숙실의 상대습도를 90%로 유지하고, 입고온도를 20℃로 두었을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원은 시험 결과를 토대로 바나나 세척 온도와 예비냉장 온도 및 기간, 후숙실 입고 온도, 친환경 후숙제를 넣는 시기, 건조 일수 등을 확정해 농가에 보급했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후숙 후 4일 차부터 유통이 가능해진다. 4일 차 이후 13.5℃에서 보관하면서 가격, 물량 등 여건에 따라 조절해 출하할 수 있으며, 친환경 후숙제인 에틸렌 가스 처리 기간에 따라 출하 시기를 소폭 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나나 재배 농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일조량이 늘고 추운 날씨가 적어지면서 제주를 비롯해 경남, 전남, 경북, 충남 등 내륙지역에서도 재배농가가 생겨나고 있다. 이중 제주가 38농가 17.3㏊로 재배 면적이 압도적으로 넓다.
홍순영 농업기술원 감귤아열대연구과장은 “제주산 바나나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 후숙 기술이 개발돼 제주 농가의 안정적 생산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며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바나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제주 바나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고품질 안정생산 재배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