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의 교통 거점인 로스앤젤레스(LA)의 기차역 ‘유니온 스테이션’. 스마트폰으로 ‘모션 카쉐어’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화면 속 지도에 내가 서있는 위치,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모션 차량의 위치가 표시됐다. 제일 가까이에 있는 차량을 누르자 화면 하단에 사용 예약하기 버튼이 나왔다. 차량의 위치는 역 공영주차장. 차 가까이서 앱 화면에 있는 자물쇠 모양 버튼을 눌렀더니 운전석 도어의 잠금이 풀렸다.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의 USB 케이블에 스마트폰을 연결하자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 화면에 내비게이션이 켜졌다. 차량은 최대 7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모션 관계자는 “12달러(약 1만4000원)를 지불하고 회원가입을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시간당 사용료는 12달러”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LA 도심 내 기차·지하철·버스 환승주차장 4곳을 활용해 이달부터 역 기반(Station-based) 모션 카셰어링 서비스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요 역 근처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시범 운영 단계로 현대차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15대가 투입됐다. 이달 중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올 1분기 안에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방식 카셰어링도 개시할 예정이다. 프리 플로팅은 서비스 사용 시작 장소와 반납 장소를 다르게 할 수 있다. A지점에서 모션 차량을 타고 가서 목적지인 B지점에서 반납하면 된다.
세계 최대 도시 중 한 곳인 LA는 오는 2028년 하계올림픽 앞두고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교통과 환경 개선 사업에 시 당국이 발벗고 나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서비스 법인 ‘모션랩’을 이 곳에 설립하고 실증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LA는 미래 혁신 모빌리티 사업을 검증할 수 있는 시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실제로 LA 시민은 1인당 연평균 9741달러(약 1137만원)를 교통비로 지출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7907달러)과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5445달러)를 앞지른 상황이다. 동시에 공유형 스쿠터 및 자전거 등 3만6000개의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배치돼 있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모빌리티사업실장 정헌택 상무는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것은 제품만 잘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모빌리티 생태계 진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융합된 형태를 가진 차량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게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서비스가 진화되는 방향성은 ‘현지화’가 될 것”이라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특화된 솔루션 제공해 지방자치단체나 도시의 교통체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모션랩은 카셰어링 사업뿐만 아니라 실시간 수요를 반영해 운행 경로상 다수의 목적지를 거칠 수 있는 셔틀 공유(커뮤니티형 이동버스), 개인용 항공 이동수단(PA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증사업을 LA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정 상무는 “지금은 당장 돈을 벌기 위해 한다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어떤 다양한 사업을 해나갈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