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희생이라고…” 홍준표 비판에 험지 출마 재차 강조한 황교안

입력 2020-01-05 00:01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중진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게 무슨 큰 희생이냐”며 비판했다. 황 대표는 홍 대표의 판을 의식한 듯 “국민이 원한다면 험지보다 더한 험지도 가겠다”며 재차 강조했다.

황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험지로 나가 여러분과 함께 싸워 이기겠다”며 “나부터 험지로 가겠다. 우리 당에 뜻 있는 모든 의원, 동지들이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당의 많은 중진 의원들도 함께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서울 종로 출마에 대해 “피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인 이 총리와 2위인 화 대표 간에 ‘종로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홍 전 대표는 다음날인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냐”고 비판했다.

“정치적 신념으로 정치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으로만 정치하면 그 정치가 제대로 된다고 아직도 생각하냐”고 반문한 홍 전 대표는 “위기모면책으로 보수통합을 또 선언하고 험지출마 운운하면서 시간 끌고 1월만 넘기면 자리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국 사회 양축인 보수‧우파 집단 전체가 궤멸당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또 황 대표를 ‘박근혜 정권의 2인자 출신’이라고 표현하며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두 달 전에 선언한대로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주문한 홍 전 대표는 “황 대표 밑으로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늦으면 늦어질수록 수렁에 계속 빠진다”고 강조했다.

“이제 결단을 하라. 나를 버리고 나라의 미래를 봐라”고 한 홍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새해 벽두엔 희망적인 포스팅만 하려고 했는데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 고언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얼마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험지로 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정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돼 간다”고 한 황 대표는 “험난한 길임을 알았고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이 바로 설 수 있는 제대로 된 가치와 신념을 만들고자 당 대표가 됐다”며 “최악의 문재인 정권과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했다.

“자유대한민국의 벼랑 끝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웠다”고 한 황 대표는 “내 부족함을 깨뜨리고 더 치열해지기 위해 소명에서 결단으로의 선택을 거듭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다시 한번 “총선을 앞두고 험지로 가겠다”고 강조하며 “국민이 원한다면 험지보다 더한 험지도 가겠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피력했다. “잃어야 비로소 얻는 길을 선택하겠다. 죽어야 비로소 사는 길을 가겠다”고 한 한 황 대표는 “새로운 자유한국당으로 태어나겠다. 혁신도 통합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반면 홍 전 대표는 보수통합이 되지 않을 경우 대구 동구을이나 경남 밀양·의령·함양·창녕에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 동구을은 이날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엄용수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였으나 엄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불법 자금을 받아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으면서 현재는 현역 국회의원이 없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