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진 중인 보수단체가 맹학교 학부모들과 대치한 이유

입력 2020-01-04 18:4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보수단체와 청와대 인근 집회 자제를 요청하며 침묵시위에 나선 서울 맹학교 학부모·학생들이 마찰을 빚었다. 경찰의 사전 제지로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보수단체의 진로를 막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단체 등이 청와대 부근으로 행진하는 가운데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단체 등이 청와대 부근으로 행진하는 가운데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학생, 지역 주민 등 20여명은 4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 신한은행 효자동 지점 인근에서 ‘시각장애인 학습권 및 주민 안정권’ 확보를 위한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단체 등이 청와대 부근으로 행진하는 가운데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일대에서 보수단체 등이 청와대 부근으로 행진하는 가운데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지역주민 등이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오후 1시 대한문을 지나 효자치안센터로 향하던 보수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가 올라왔다. 국본은 이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 했다.

맹학교 학부모들은 “국가도 버린 눈먼 우리 새끼, 어미들이 몸뚱이로 지키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동네 주민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싫어하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도로 위에 펼쳤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부모들에게 욕설하거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약 15분 만에 인도로 끌어냈다. 경찰은 이날 대치를 앞두고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약 10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덕분에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나 큰 부상자는 없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학교학생들은 보통 하루 2~3차례 주변 상황을 소리로 파악해 스스로 이동하는 ‘독립 보행’ 교육을 받는다. 학부모들은 매일 계속되는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 등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집회 금지를 요구해왔다.

학부모들이 집회에 나선 것은 이번에 세 번째다. 경찰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장기 농성 중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법원은 법투본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일단 집회를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지난달 31일 범투본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제한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집회를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맹학교 학부모들은 앞으로도 청와대 방면 행진을 직접 막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청와대 행진을 제한해달라는 내용의 서명도 받아 경찰과 서울시, 종로구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같은 시각 범투본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헌금을 걷었다. 전 목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더불어 대한민국 헌법에 동의하는 판사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내 편”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또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에 빨갱이들이 나타나서, 주사파와 문재인이 나타나서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고 있다”며 “저는 우리가 한 이 헌금을 불법 모금이라고 해서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 언론들이 우리 집 앞에 CCTV4대를 설치해 감시하고 있지만 절대로 감옥에 집어 넣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2일 법원에선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