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국대탑솔

입력 2020-01-04 18:39

국가대표 탑솔러란 칭호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기인’ 김기인이 팀에 결승행 티켓을 안겼다.

김기인의 소속팀 아프리카 프릭스는 4일 울산 남구 KBS 홀에서 열린 ‘2019 LoL KeSPA컵’ 준결승전에서 드래곤X(DRX)에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승했다. 3번의 경기 모두 김기인의 활약이 발군이었다. 상대에게 가한 대미지 부문 1위를 독차지했다. 탑라이너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맞라이너 ‘도란’ 최현준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1세트에는 레넥톤으로 DRX를 자르고 토막냈다. 김기인은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살려 최현준(모데카이저)의 발을 탑에 묶어뒀다. 그동안 자신은 미드와 바텀을 폭넓게 누볐다. 수적 우위에 선 아프리카는 전투마다 승전고를 울렸다.

2세트에는 케넨의 정석과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김기인은 바텀과 드래곤 둥지 앞 전투에서 궁극기 ‘날카로운 소용돌이’로 DRX의 진형을 붕괴시켰다. 미드 1차 포탑에서도 상대를 일망타진하는 데 공헌했다. 이때 아프리카는 내셔 남작을 사냥한 뒤 여유 있게 스노우 볼을 굴렸다.

시그니처 픽인 카밀 실력도 여전했다. 3세트에 ‘스피릿’ 이다윤(키아나)의 도움을 받아 최현준(아트록스) 상대로 선취점을 따냈다. 이후 천천히 성장을 도모한 그는 두 차례 대규모 교전에서 트리플 킬과 쿼드라 킬을 수확했다. 사기가 오른 아프리카는 바텀으로 돌격해 시리즈를 끝냈다.

팀의 간판선수다운 활약이었다. 김기인은 이번 겨울에 아프리카와 3년 재계약을 체결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계약 규모는 아프리카가 천명한 대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고 수준이었다. 그 가치를 증명했던 하루였다.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김기인의 최고 장점은 범용성이다. 공격과 수비 중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KeSPA컵에서는 그 어떤 탑라이너보다도 날카로운 칼이다.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8강 2라운드 경기에서 루시안으로 ‘원맨 캐리’를 선보였던 데 이어 DRX까지 베었다.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더 성숙해졌다. 김기인은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제가 이득 보는 플레이를 추구했다”면서 “앞으로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팀이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지향점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라인전 단계에서 최현준을 놓아주고, 과감하게 로밍을 선택한 건 그의 2020년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플레이였다.

핵심 선수가 굳건하게 버티는 덕에 팀도 빠른 속도로 하나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스토브 리그 동안 미드라이너와 바텀 듀오를 새로 영입했다. KeSPA컵 16강전 당시 크게 삐거덕거렸던 팀은 실전 경기를 소화할 때마다 점점 향상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울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