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 시작한 젊은 사자…팀 첫 우승 이끄나

입력 2020-01-04 15:03

원거리 딜러 ‘레오’ 한겨레의 재능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한겨레의 소속팀 샌드박스는 3일 울산 남구 KBS 홀에서 열린 ‘2019 LoL KeSPA컵’ 준결승전에서 T1에 세트스코어 3대 1 승리를 거뒀다. 이제 샌드박스는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만을 앞뒀다. 샌드박스가 대회 결승 무대에 서는 건 2017년 팀 창단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샌드박스의 원투펀치였던 ‘서밋’ 박우태와 ‘온플릭’ 김장겸의 실력이 여전히 건재했다. 특히 김장겸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그는 T1전 2세트에 엘리스로 상대 정글러 동선을 통제하고, 4세트에 올라프로 펜타 킬을 수확하는 등 단연 빛났다.

기존 선수 못지않게 새 얼굴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제일 눈에 띈 선수는 T1에서 둥지를 옮긴 한겨레였다. 그는 이날 1세트에 미스 포춘으로 경기 MVP를 받았다. 대규모 교전 상황에서 안정적인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대량의 킬을 쓸어 담은 게 주효했다. 한겨레는 출전한 3세트 내내 ‘테디’ 박진성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한겨레는 이번 스토브 리그에 샌드박스가 가장 공들여 영입한 선수 중 하나다. 팀이 T1을 꺾고 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 짓자 샌드박스 사무국 관계자는 “제가 3년 전부터 눈여겨본 선수”라며 한겨레의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내비쳤다. 한겨레는 이제 프로게이머 3년 차를 맞는다. 사실상 데뷔 전부터 그를 점찍었던 셈이다.

관계자는 “한겨레가 경기 출전에 한이 맺힌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샌드박스 이적 전까지 한겨레의 공식 경기 출전 기록은 3세트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뱅’ 배준식에게 가려졌다. 2019년에는 박진성에게 밀려 1경기도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도 영입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한겨레 역시 지난달 30일 그리핀을 꺾은 뒤 인터뷰에서 “실전을 치를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샌드박스 입단을 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곳에서는 진에어 그린윙스 출신의 ‘루트’ 문검수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적어도 KeSPA컵에서는 그가 확실히 앞서나가는 추세다. 5일 열리는 결승전에서도 먼저 헤드셋을 쓸 확률이 높다.

한겨레의 부족한 실전 경험을 메워줄 파트너의 존재도 든든하다. 한겨레와 비슷한 시기에 샌드박스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은 LCK 3회 우승, 롤드컵 4회 진출 등을 달성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자신의 새 역할을 ‘조력자’로 선택한 강범현은 “샌드박스가 지난해 약점으로 꼽혔던 다전제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울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